
PT의 달인으로 불리는 중소기업 영업팀장, 골든타임을 뒤흔드는 쇼핑호스트… 말 한 마디로 대기업을 제치며 해외 계약에 성공하고, 분당 수억 원의 매출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입담이 좋다는 이들에게 말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대화법 전문가 오수향 교수다. 그는 연간 100여 회의 강의와 방송을 통해 설득과 소통의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최근 저서 《1등의 대화습관》을 낸 그를 만나 말하기를 훈련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
Q. 앙코르 요청이 쇄도하는 명강사로 유명하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대기업 임원과 전문직 종사자, 고위 공무원, 취업 준비생 등 다양한 이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특히 전국 시도 교육청과 교육연수원에서 매년 강의를 맡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매번 ‘강의 평가 만점’을 기록하고 ‘최우수 대화법 명강사’에 선정되었다. 대화를 통해 나와 상대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성과를 움직일 수 있는 비법을 많이 소개한 것이 앙코르 요청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Q. 대화법 강의와 컨설팅을 통해 변화된 사례가 있는가?
한 의료기기회사 팀장이 있었다. 그는 영업 수완이 좋아 그 회사에 스카우트된 케이스였다. 그런데 어느 날 수백억의 수주가 걸린 프레젠테이션에서 지나친 긴장으로 잦은 실수를 연발한 후 말하기에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트라우마를 겪게 된 것이다. 말실수는 자칫 대인공포증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이 팀장은 나와의 상담을 통해 말하기 울렁증을 극복했다.
Q. 요즘은 어린 학생들도 대화법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스펙만으로 취업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대화법은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수단이다. 지방대 출신에 학점마저 좋지 않은 대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내세울 만한 게 딱 하나 있었다. 화장품 방면에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면접 시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대화법에 대해 조언했다. 결국 이 학생은 해외 진출로 성장세를 보이는 국내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Q. 컨설팅 중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무엇인가?
“말은 원래 타고 나는 것 아닌가요? 저도 말을 잘할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뛰어난 언변은 오로지 연습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보통 사람들은 말하기에 대해 배울 기회가 적다보니 무엇을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런 오해를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책을 낸 계기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이 아나운서처럼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원하는 바를 전달하고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대화 실력은 필수다.

Q. 수많은 대화법 가운데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을 한 가지 꼽는다면?
꾸미지 말고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평소에 쓰는 표현을 사용하고 편하게 설명해야 한다. 대화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아니다. 근엄한 척, 유식한 척할 필요 없다.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단어를 써야 마음에 와 닿는다.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말하는 사람은 모두 이 비법을 따르고 있다. 1분에 1억을 판다는 스타 쇼핑호스트 정윤정을 보라. 방송에서 “대단하죠”, “웬일이니” 같이 평범한 주부가 내뱉을 만한 리액션을 던진다. 이외에도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유용한 대화법이 많이 있다. 최근 출간한 책 《1등의 대화습관》에 여러 예시와 솔루션을 담아놓았다.
Q. 말을 훈련하면 성과나 실적처럼 실질적인 보상이 따라오는가?
당연하다. 내 주변에는 그런 사례가 너무도 많다. 대화법을 갈고닦아 외제 차 판매왕의 자리에 오른 이가 있다. 그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달인이다. 비결은 단순하다. 고객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이득을 얻고 있다고 느끼게 하면 된다. 보험사에 다니는 또 다른 친구는 내게 말을 배운 이후 실적이 정확히 3배 뛰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호감형 이미지에 신뢰를 얻는 대화법을 더한 결과다. 나 역시 그러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눈에 띄지 않던 아이가 단지 말 하나로 전국을 누비는 강사가 되었다. 기업체 특강에 각종 행사 진행까지 너무 바빠서 로드 매니저를 옆에 둬야 할 정도다.
Q. 앞으로 힘쓰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의 가치를 바로잡고 싶다. 우리는 그동안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다’며 겉으로 표현하는 일의 가치를 폄하해왔다. 그런데 의사소통조차 매끄럽지 않은 사람이 생각과 행동을 똑 부러지게 할 수 있을까? 언어는 한 사람의 내면을 정직하게 반영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인격과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첫 번째 근거가 된다. 말은 평생 두 번 배워야 한다. 어릴 때 한 번, 사회에 나올 때 또 한 번.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누구나 ‘진짜 말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