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스승의 날, 청주 세광고등학교에서 조금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아니, 어쩌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세광고등학교 2학년 교무실에 한 중년의 신사가 찾아왔다. 그는 두리번거리다 곧 한 선생님을 보자마자 바로 큰절을 했다. 선생님 역시 그 중년의 신사를 반갑게 맞았다. 중년의 신사는 20여 년 전 그 선생님의 제자였고,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을 찾아온다. 특별한 일이 아닐수도 있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실 찾아오던 제자가 한 명 더 있는데, 출장 때문에 오지 못했다고 했다. 둘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젊은 선생님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매년 그 모습을 봐왔던 선생님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은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에 제자를 데려갔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20년이 넘도록 해마다 찾아오는 제자라고 소개하자 학생들은 열렬한 박수로 제자를 맞이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 놈은 나의 가장 소중한 제자다. 이 정도는 돼야 제자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제자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자에게 학생들을 위해 조언 몇 마디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제자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학생들과의 대화가 끝나고, 제자는 선생님을 향해 돌아섰다. 사표를 내려는 선생님의 다리를 붙잡고 가지 말라며 울던 열일곱 제자는 어느덧 40에 접어들었고, 넘치는 힘과 패기로 학생들을 휘어잡던 선생님은 50을 훌쩍 넘었다. 제자는 다시 한 번 스승에게 큰절을 했다. 스승은 그런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었고, 학생들은 이 모습을 보며 박수갈채를 보내주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던가. 강산이 열 번 바뀐다 해도 그들의 정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